커뮤니티 누코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22년 12월 부터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mvp 런칭까지 총 6개월이 걸렸다. 처음 시작은 "이런 종류의 커뮤니티를 만들면 재밌겠다" 라는 호기심과 창작욕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창작에서만 그치는게 아닌 "많은 사람들이 쓰게 하고 싶다" 라는 욕심이 생겼다. (많은 개발자들이 그러하듯이)
누코를 만들고 런칭한 이후 누코가 겪고 있던 어려움의 핵심은 "많은 사람들이 누코를 잘 모르고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이었다. 플랫폼들이 그러하듯이 그 서비스를 써야 하는 이유는 좋은 기능과 UI/UX 가 아니라 (이건 기본이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많은 유저들이다. 유저를 모으려면 유저가 많아야 하는 것이다. 누코는 새로 시작하는 서비스로서 플랫폼으로서의 형태를 갖춰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 원인을 나름 분석해 보았는데 그 핵심은 다음과 같이 귀결되었다.
1. 누코 자체에 컨텐츠가 많이 없음. (공급자가 없으니 수요자가 없는 치킨-에그 문제를 겪고 있음)
2. 구글 및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지 않으니 사용자들이 누코를 알아도 유입될 방법이 없음.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례를 조사를 통해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해보았는데 이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추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어찌되었던 내가 내린 결론의 핵심은 미국의 커뮤니티 레딧의 사례를 참고해 알바를 고용하여 재미있는 글을 많이 만들고 광고 등의 마케팅을 통해 유저의 유입을 노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에 두가지 문제에 직면했는데
1. 알바를 고용하고 광고를 진행할 당장의 자금이 없음.
2. 나는 계속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마케팅 또는 활성화 관련 업무를 하기가 어려움.
누코를 시작할 때 사이드 프로젝트로서 수익창출이나 사업화를 고려하지 않고 시작했기에 투자나 팀빌딩 등을 배제하고 진행했다. 하지만 누코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1. 팀빌딩이 필요하고 2. 광고를 진행하고 알바를 고용해야 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국내의 타 커뮤니티들도 나처럼 사이드프로젝트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고 내가 현재 겪고 있는 비슷한 문제를 겪었을 것 같아 평소 좋아하는 커뮤니티인 디스콰이엇의 박현솔 대표님에게 무작정 커피챗을 요청했다. 다행히 대표님이 흔쾌히 받아주셨고 만나뵙고 여러가지를 여쭤볼 수 있었다. 다음은 대표님께 여쭤보았던 질문과 대답의 요약이다.
- 누코는 검색 엔진에 노출(SEO)되지 않아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디스콰이엇의 컨텐츠들은 검색 엔진에 굉장히 상위권에 노출되는 편인데 노하우가 있는지?
사실 특별히 SEO를 신경쓰지는 않는다. 소위 말하는 SEO 최적화라는 것도 한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 커뮤니티는 서치 유입보다는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했고 커뮤니티의 양질의 컨텐츠가 많이 올라올수록 자연스럽게 검색 결과에 많이 노출되었다. 누코가 노출되지 않는것은 아직까지 누코에 컨텐츠가 많이 없고 영향력이 없어서일 가능성이 크다.
- 정식으로 팀빌딩을 하고 싶지만 팀원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웹사이트의 수익화를 고려하지 않고 특별히 보수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팀원들을 구할 수 있을지?
디스콰이엇도 보상이 없이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보상과 약속이 아니라 호기심과 내적 동기이다. 물론 디스콰이엇을 시작할 때 수익화나 경영모델 등은 있었지만 팀원들을 모을 때는 그런 것은 일체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진행했는지 이야기를 공유하니 20명도 넘는 사람들이 같이 하자고 연락을 주었다.
누코 또한 보상과 약속을 중심으로가 아닌 호기심과 내재적 동기를 기준으로 팀원을 찾아보면 틀림없이 좋은 팀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누코에서 양질의 컨텐츠 생성과 마케팅을 위해서는 고용과 광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투자 유치를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화를 고려해야하고 수익화 고려하기 위해 내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서비스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 걱정된다.
디스콰이엇은 특별히 투자유치를 하려한 것이 아니고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자 투자자들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또한 투자를 받을 때 사업화나 경영 모델에 관해서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고 해외에 같은 모델의 성공사례도 있었다. 무턱대고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닌 정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마케팅에 관련해서는 디스콰이엇은 마케팅에 단 1원도 쓰지 않았다. 오직 어떻게 하면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지에만 집중했다. 마케팅은 본인의 생각과 커뮤니티 제작 과정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니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가장 진실되고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 마케팅 관점에서 공급자-수요자(치킨-에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스콰이엇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갔는가?
치킨-에그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 이는 공급자만 해결하면 되는 문제이다. 양질의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그 글을 소비하는 사람은 따라온다. 이용자들은 의외로 공급되는 컨텐츠만 신경쓰지, 이용자가 얼마나 많고 조회수가 얼마나 높고 이런 것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디스콰이엇의 경우에는 그냥 내가(본인이) 계속 양질의 글을 올렸고 그 글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서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어떻게 좋은 글을 올릴지만 신경써주면 된다.
박현솔 대표님을 만나고 나는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누코의 활성화를 고민하며 어려웠던 부분의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다.
팀빌딩(팀원에게 줄 보상 문제), 광고 집행(인스타 및 구글), 활성화 알바 고용, 투자 유치 및 자금 확보 등등..
그런데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들의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았다.
내재적 동기, 호기심, 진실된 이야기, 스토리텔링, 좋은(양질의) 프로덕트 등등..
커뮤니티의 활성화라는 같은 문제를 풀고 있었지만 내가 막연히 알바 또는 광고 등을 통해서 풀어가려고 했던 부분을 지극히 이상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내재적 동기로 가득찬 팀원을 모으고 양질의 컨텐츠를 올리면 사용자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박현솔 대표님을 만난 것은 내가 조금 더 나의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누코는 단순히 "이런 커뮤니티가 있으면 재밌겠다" 라고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알바를 고용하고 투자를 받아서 광고를 돌리는 것도 물론 커뮤니티가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전에 내 커뮤니티가 어떤 유저들한테 어떤 유저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건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지가 구체화되는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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