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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이 가르쳐준 생산성의 아이러니

어니언킴 2026. 2. 14. 08:41

포켓몬 게임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초반에는 뚜벅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사냥하고 탐험한다. 옆마을을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풀숲을 지나갈 때마다 야생 포켓몬이 나타나 이동을 방해한다.

 

퀘스트를 조금 깨다보면 보상으로 자전거를 받는다. 자전거를 타면 도로를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막힌 벽을 뚫거나 폭포를 오르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애물을 돌아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나와 포켓몬이 충분히 강해지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공중날기 포켓몬을 타고 어디든 1초 만에 이동할 수 있고, 바다를 건너거나 폭포를 오르는 등 험지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챔피언을 깨고 나면 나는 사실상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자. 포켓몬의 본질인 이동과 탐험에 필요한 노력이 말 그대로 0이 됐는데, 챔피언을 깬 이후 내 게임 시간은 줄어들었는가? 웬걸, 하루에 3시간씩 하던 내 게임 시간은 오히려 6시간, 9시간으로 늘어났다. 이동과 탐험이 쉬워지니 포켓몬 포획과 대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이다. (그렇게 난 포켓몬 중독자가 되었다)

 

원하는 것을 더 빠르고 쉽게 이룰 수 있는 도구를 손에 넣었는데,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아이러니. 어딘가 익숙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내 손에는 ChatGPT 와 Gemini 가 주어져 10시간 걸리던 업무를 이제는 1시간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Claude Code 등의 IDE를 활용하면 코드를 한줄도 손으로 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내 업무량과 야근의 빈도는 하루 하루 더욱 늘어나고 있다. AI 로 올라간 생산성 기준에 맞추어 새로운 생산성의 기준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빠르게 아웃풋을 주는 AI 가 주는 도파민에 스스로 채찍질 당하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현재 시장에는 AI에 대한 기대와 막연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최근 1년간 AI를 활용한 여럿 업무를 수행하며, 나의 생각은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AI는 내 일을 덜어주는것이 아니라 가속화 한다.

 

내 일이 대체되지는 않을까?

10만큼의 일을 하는 당신이 대체되고 AI 와 함께 100의 일을 하는 당신이 등장할 것이다.

 

일을 안하고 노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꿈 깨자. AI가 하지 못하고,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하루 종일 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든 도구를 손에 넣고 포켓몬 세계에서 ‘신’이 되었던 나의 게임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던 것처럼, AI 시대에도 인간의 일은 줄어들거나 완전히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내려놓고, 오늘도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