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국가대표 AI 는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니언킴 2025. 12. 21. 18:37

올해 8월, 정부는 “5개의 국가대표 AI 팀”을 선정해 2027년까지 총 5,3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니 여러 민간 기업들과 산학 기업들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 채택됐고, 그 결과 현재 5개의 팀(컨소시엄)이 선정되었다. 이후 중간평가를 통해 26년 두 팀이 탈락하고 27년 한 팀이 추가적으로 탈락해 최종 두 팀을 선정하여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5개월, 글로벌 AI 업계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중이다. GPT는 5버전을 출시하며 성능과 기능을 대폭 개선시켰고, Gemini는 3버전을 출시하며 기존 리더보드를 모두 압도했다. 그 외 중국의 알리바바, xAI 등도 AI 모델을 출시하며 리더보드에서 업치락 뒤치락 중이다. 이미지와 영상 영역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해, 이제는 사람이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품질 미디어가 자유자재로 생성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반년 이내에 일어난 것들이다.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AI 업계에서는 6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판이 완전히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한국의 “국가대표 AI 기업”들은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솔직히 말해, 떠오른는 성과가 거의 없다. 세계적인 학회지에 논문을 몇편 출시했다거나, 자체 LLM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소식 정도가 전부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보안사고만이 뉴스에 등장할 뿐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5,300억원을 투자한 국가대표 AI 기업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이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기업 지원 방식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결함에 있다고 본다.

 

 

1. Agile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가 구조

 

현재 국가대표 AI 기업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국민 평가단 500명이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점수를 매긴다
  • 2026년에 중간 평가, 2027년에 최종 탈락 여부를 결정한다

이 구조에서 실시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민간 AI 업계에서는공개 리더보드, 모델 아레나(이상형 월드컵처럼 사람들이 직접 AI 를 비교하는 방식)등 하루 단위로 순위가 바뀌는 평가 방식이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국가대표 AI’ 기업들이 서로 실시간 성능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은 거의 들을 수 없다.

 

국가 과제는 사실 늘 그래왔다. “실시간으로 개선해서 살아남는 경쟁”이 아니라 “정해진 기간동안 요건을 맞추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하지만 매일 판이 바뀌는 AI 전장에서 이러한 느긋한 구조가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2. 컨소시엄이라는 이름의 실패한 팀플레이

 

컨소시엄이라는 팀 구조는 겉보기에는 그럴 듯 하다. 하나의 민간 기업보다는 여러 기업과 기관이 힘을 합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컨소시엄 하나를 떠올려 보자.

 

SK텔레콤 컨소시엄: SK텔레콤(주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AX, SK브로드밴드, 크래프톤, 리벨리온, 포티투닷, 라이너, 셀렉트스타, 몰로코, 씨메스, 가우스랩스, 스캐터랩, 서울대학교 산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최종현학술원, 한국고등교육재단 등 …

 

이 많은 기관들, SK텔레콤을 필두로 많은 민간 기업들과 스타트업, 산학기관들이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묶여있다. 그리고 이러한 컨소시엄이 총 5개다.

 

여기서 묻게된다.

 

누가 “진짜로” 전력을 다할까?

 

팀플이 늘 그랬듯 공동의 결과가 항상 본인의 성과 지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업의 동기를 저하시키는 버스 탑승 구조가 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아무리 컨소시엄이라 하더라도 기업들끼리 적극적으로 핵심 모델의 weight, 학습 방법 등의 엔지니어링 자산을 공유할리가 만무하다. 특히 폐쇄적 문화가 뿌리깊은 한국 기업 환경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엔지니어링보다 보고서나 논문 등 서로의 밥그릇을 주장하기 위한 작업들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컨소시엄이 협업을 촉진하는 장치가 아니라 성과와 동기를 흐리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3. 이 ‘국가대표’는 아무도 자극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들 조차도)

 

국가대표 제도의 핵심은 동기부여다.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훈련을 버티듯, 기업도 “저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AI 국가대표 구조는 말만 국가대표지, 동기부여 차원에서는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다. 탈락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계속 떨어뜨리기만 하는 국가대표 구조는 어떤 선순환을 만드는가? 국내의 수많은 민간 기업들이 좋은 AI성과를 내면 국가대표로 도전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떨어뜨리기만 하는 구조에서는 그런 유인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선정된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컨소시엄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대표 탈락의 책임은 분산되고, 선정 이후는 안주하게 되는 구조다.

 

결국 기업 내부에서는 컨소시엄을 어떻게 묶어서 제안서를 어떻게 쓸 지에 모든 인력과 에너지를 쏟고, 선정된 이후에는 안주, 탈락 이후에는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규모의 성장이라는 특성을 보여주는 AI 분야의 특성상 잘하는 기업에게 자본을 몰아주어야 한다는 전략과,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대표 기업들을 뽑겠다는 구상은 타당하다. 하지만 디테일한 설계의 부족함이 오히려 기업들의 AI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 평가를 실시간 경쟁 구조로 전환. 리더보드나 아레나 등 실시간 표준 지표를 적극 활용하고, 어렵다면 최소 현행 6개월 단위 점검 보다는 더 촘촘한 평가 설계 필요
  • 보고서 및 행정 요건이 최소화. 기업들이 온전히 엔지니어링과 성능 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제공
  • 컨소시엄 단위가 아닌 기업 및 기관별 역량 평가 지표 도입. 평가에 따라 컨소시엄에서 탈락할 수 있는 구조 혹은 내부 보상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 도입
  • 선정되지 않은 기업도 성과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개방적 구조 필요

 

국가 주도의 기업 육성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경쟁의 왜곡과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복잡한 규제와 관료적 절차는 늘 속도를 늦춰 왔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 성장하는 기업들의 동력은

  • 조금이락도 성능이 밀리면 즉시 도태된다는 생존 압박
  • 하루라도 빨리 더 나은 모델을 내놓아 사용자의 선택을 빼앗아야 한다는 시장 경쟁

에서 온다.

 

구글, OpenAI, Anthropic 등 우리가 아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런 동기 위에서 매일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가대표 AI 시스템은 AI 산업의 성장 동기를 자극하기에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컨소시엄 회의실에서의 조용한 버스운전이 아니라,

리더보드와 아레나 위에서 펼쳐지는 칼춤과 유혈사태다.

 

그래서 묻는다.

국가대표 AI 기업들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